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40년 넘게 점묘화를 그려온 화가 칡뫼김구의 첫 화문집 『고양이처럼 출근하기』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출간됐다. 열여섯 편의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이번 화문집은 예술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삶을 향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냈다. 작가는 점묘 기법에 대해 "점은 혼자서는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연대하면 전깃줄도 되고 벽도 된다"고 설명한다. "벽돌 쌓듯 하나하나 축적해야 모습이 나오고 질감도 드러나며 구성 또한 단단해진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세계는 무수한 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독특한 예술적 언어를 보여준다. '화가의 우울증'이라는 글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치열한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처음 의도한 이미지와 그려지는 작품의 공통분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겪게 되는 고뇌와 방황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특히 면이나 선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점으로 표현하는 이유에 대한 작가의 고백은, 예술적 신념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 예술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의 제목이 된 '고양이처럼 출근하기'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유로 이어진다. "새벽 5시, 살그머니 일어나 조심스럽게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20년간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최은경의 신작 개인전이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다. 11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되는 '모퉁이로 미끄러지는 풍경(들): 옹이, 무릎, 주름' 전시는 '영정(影幀)'의 의미를 담아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풍경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은경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해왔다. 자취방 안의 거울이나 수건 같은 작은 사물에서 시작해 도심 변두리, 밤 풍경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시선은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다. 특히 그가 그리는 모든 대상은 상당한 정도의 자기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자신의 삶에서 자주 마주치며 특정한 시간과 정서가 밴 대상만을 그린다는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사물의 겉과 속을 동시에 표현하려고 한다"라고 밝힌 작가의 말처럼, 이번 전시 작품들은 표면적 재현을 넘어 대상에 내재된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특히 우리 삶의 '구제성'을 은유-함축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정서를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한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밤이 깊어갈수록 당현천변은 더욱 밝아진다. 은은한 달빛과 어우러진 예술작품들이 가을밤을 수놓고 있다. 지난해 96만 관객이 찾은 노원달빛산책이 올해는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4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41개 작품 137점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숨'이라는 주제를 풀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긴 발걸음을 이끄는 작품이 있다. 설치미술가 박건재의 '그 안에 나 있다!'다. 5미터 높이의 붉은 철골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인체 실루엣.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은 우리 교육현장의 또 다른 주역들을 만나게 한다. "오늘도 많이들 못 오신 게, 아침에 다 병원 가요. 병원 다니고 도수치료 받고 이런 게 너무 많아서..." 한 급식실무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수백 명의 학생 식사를 책임지는 현장은 늘 인력이 부족하다. 그 부족함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몸으로 메워진다. 튀김 연기 속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산재를 입어 돌아가신 동료들의 이야기는 급식실 환기시설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낸다.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전산실무사, 특수교육실무사... 이들은 모두 '교육공무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교육공무직이 원래 직업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주도했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비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문화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범죄자의 귀환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에 인사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윤선 전 장관은 지난 9월 말 서울시향 비상임이사 공모에 응모했으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서울시는 "예술적 전문성과 식견을 토대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깊이 있는 문화 정책을 지원할 역량을 갖추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반헌법적 국가범죄였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이 불법적 검열 체계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거나, 정부를 비판하거나,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조직적으로 탄압했다. 한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나 표현이 정부 지원 배제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였다. 특검 수사 결과, 블랙리스트는 국정원-청와대-문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글로벌 한류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기획자들의 헌신적인 노동이 존재한다. 최근 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는 음악산업에서 기획자들이 수행하는 다층적 노동의 실체를 밝혀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이상화 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케이팝 산업의 독특한 생산구조를 분석했다. 케이팝은 북미와 유럽의 작곡가, 미국과 일본의 안무가들과 협업하는 글로벌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들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창작물을 수급하고 조율하며 최적화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획자들의 노동이 단순한 창의성 발휘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들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관계노동'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을 조율하는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빌보드매거진의 타마르 헤르만이 케이팝의 제조과정을 '공장 시스템'에 비유했듯, 각 생산단계의 연결과 작동은 기획자들의 다면적 노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획자들은 의사결정권과 자율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도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미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현대 예술가이자 음악가 성상식이 아일랜드 전통음악의 혁신가 로난 오 스노다이(Rónán Ó Snodaigh)와 함께 새로운 협업곡 'Came Back - 돌아왔네'를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두 음악가의 10년 만의 재회를 기념하는 특별한 프로젝트다. 성상식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유럽 전역을 돌며 음악 여행을 진행했다. 이번 여정에서 그는 10년 전 자신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을 준 로난과 재회했다. 10년 전 아일랜드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며 예술적 열정을 잃어가던 시기, 갤릭어로 노래하고 아이리쉬 전통북을 연주하는 로난과의 만남은 성상식에게 음악의 길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Came Back'은 한국의 징과 아일랜드의 전통 타악기 베우론이 교차하는 독특한 음악적 실험을 보여준다. 성상식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작곡 활동을 이어왔고, 이번 작품을 통해 은인이자 동료 음악가가 된 로난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이번 협업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두 음악가의 실험적인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상식은 "이번 작품은 로난에 대한 감사함뿐만 아니라, 유럽 음악 여행 중 만난 모든 이들에 대한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프리미엄 공유 오피스 '오피스아트'의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2024년 2월 1일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문을 여는 오피스아트는 사전예약 시 파격적인 특가 혜택을 제공한다. 예약은 서인형 이사장(010-6424-8227)에게 연락 후 계약금 5만원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면적 110평 규모로 조성되는 오피스아트는 총 61석 규모의 개방형 업무공간으로, 디지털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의 창작활동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각 좌석은 듀얼 모니터 설치가 가능한 160cm 크기의 넓은 책상과 개별 파티션, 유선 인터넷, 멀티탭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특히 초기 입주자 10명에게는 12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 브랜드 스틸케이스 제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시설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냉난방 시스템과 외부 공기 공급 장치를 통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며, GS25 매장에서 사용되는 프리미엄 커피머신 JURA X9과 A3 출력이 가능한 엡손 컬러복합기 WF-C8690을 구비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한 오피스아트의 입주 비용은 월 25만원이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극단 행복한 사람들이 주관하는 제5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이 오는 11월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6주간 물빛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여주인공 페스티벌은 여성 연극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여성 서사를 확장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왔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5개의 연극 작품과 1개의 모놀로그 토크쇼가 선보일 예정이다. 첫 주를 여는 극단 마음같이의 '그대는 봄'을 시작으로, 극단 소금창고의 '특별한 방문자', 극단 사개탐사&작은신화의 '우쿠리 낫:녀노소', 극단 노랑망토의 '민들레', 극단 지구연극의 '기획2팀'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특히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할 '나는 배우다'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들의 모놀로그 토크쇼로 구성된다. 고수희, 남기애, 김화영, 이도유재 등 중견 배우들과 함께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손숙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원종철 프로듀서는 "여성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새로운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플랫폼으로서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역할이 해를 거듭할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티켓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일반 관객은 3만원
뉴스아트 황경하 기자 | 대학로 한성아트홀 2관에서 오는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솔리다리오스'가 세대 간 소통과 공존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2024년 원로예술인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작품은 스페인의 대표적 세대통합 프로그램인 '솔리다리오스'를 모티브로,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청년과 노인의 갈등과 화해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보육원 출신의 취업준비생 연희와 은둔형 소설가 혜서가 서울시의 '한지붕세대공감' 사업을 통해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과 홀로 남은 노년이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부딪히지만,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2002년 창단 이후 실험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추구해온 극단 지금여기의 이번 작품은,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인 청년 주거난과 노인 고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실제 시행 중인 정책을 소재로 삼아 현실성을 높였으며, 각 세대가 가진 편견과 오해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40분, 토요일 오후
황경하 기획자 | ■ 개막 하루 앞두고 '긴급 폐쇄'... 이례적 검열 조치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소재로 한 작품의 전시실을 폐쇄하면서, 문화예술계에서 행정기관의 자의적 검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예술 검열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시 개막을 앞둔 지난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안윤기 작가의 작품에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작품 교체를 요구했다. 작가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전시실을 전면 폐쇄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주목할 점은 전시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지 않다가 개막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부터 26년간 이어져 온 청년작가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처사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스스로 밝혔듯 "청년이라는 호칭은 단순한 연령을 넘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예술가의 비평적 시선이 권력자를 향하자 '공공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검열을 강행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