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1월 24일 블랙리스트파기환송심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징역 2년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3년, 2심에서 4년을 선고받았고,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해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하여 이번에 2년형을 받은 것이다. 조 전 장관 역시 대법원 상고에서 검찰이 6년을 구형했지만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6개월 형 남은 김기춘, 고령 이유 법정구속 안 돼
이번 선고 결과 김 전 실장의 형기는 6개월 남게 되었지만, 고령을 고려하여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이번 판결의 형기가 이전에 복역한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하여 형기를 다 채운 셈이 되었다.
서울고등법원은 2심 판결 시 14개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헌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가운데 ‘각종 명단 송부’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 보고’ 행위에 대해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해당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 협조나 의견 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했는지와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심리했어야 했다”는 것이 대법원 다수 의견이었다. 또한 퇴임 후 블랙리스트 업무에 대한 책임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지적 사항 모두 무죄로 판결
파기환송은, 지적된 부분은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하위법원인 고등법원은 일반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서울고법은 재심리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에 동의,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형량이 대폭 줄어든 이유다.
같은 이유로 나머지 피고도 모두 6개월 감형돼, 김종덕에게는 1년 6개월, 김상열, 김소영, 신동철, 정관주에게는 1년형(김소영은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 중 일부는 파기환송에 따라 무죄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고등법원은 대법원이 지적한 사항 이외에는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은 명백한 범죄로 보지만 적용 범위 제한
이번 선고는 직권남용죄를 명백히 하되 법의 남용을 우려하여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한 셈이다. 지원 배제 등의 직접적 차별 행위는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지만, 명단 작성 및 송부, 공모사업 심의 진행 상황 보고 등은 통상적으로 행해지던 업무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이어진 '통치행위'를 빙자한 '관행'을 한 번에 깨뜨리기 어려운 현실과,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블랙리스트 사건 해결을 위해 힘쓰던 단체인 '블랙리스트 이후'와 문화연대는 선고공판 직후 성명서를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해자 유인촌을 파면하고, (가칭)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이들은 "이번 판결이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될 다양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배제 및 차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그간 국가범죄에 대해 침묵했던 대한민국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게는 이번 판결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하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시작점이면서도 범죄 부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파면 , ▲국가는 문화예술인에 대한 검열과 사찰을 멈추고 그간 미뤄왔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대법원에 상고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실장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재판장을 나오면서 '(남은 형기) 6개월은 어떻게 되는 거냐?', "상고하면 되는 거냐"고 묻는 지인의 질문에 주변 인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