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하 기획자 | 모레도토요일의 "We will sail for your freedom"은 음악적 깊이와 사회적 메시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만난 모레와 도토로 구성된 이 포크 듀오는 평화에 대한 염원과 연대의 정신을 섬세한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들의 음악적 여정은 강정마을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모레도토요일은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평화 활동을 펼치는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해군기지 앞에서 펼쳐지는 인간띠잇기 등의 평화행동에 참여하며, 그들은 음악과 실천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We will sail for your freedom"은 이러한 그들의 경험과 신념이 응축된 작품이다. 곡의 원형은 2016년 Emma Ringqvist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지지하기 위해 작곡한 것으로, 모레도토요일이 이를 재해석했다. 13명의 활동가들이 가사 작성에 참여했다는 점은 이 노래가 집단적 연대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노래 속에서 모레의 맑고 깨끗한 보컬과 도토의 풍성한 음색이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도토의 어쿠스틱 기타,
정진석의 노래 ‘이땅이 니땅이가’는 컴필레이션 앨범 <이름을 모르는 먼 곳의 그대에게>에 수록된 곡으로 음원포털을 통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본지를 통해 미리 음원을 들어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정진석 - 이땅이 니땅이가 황경하 기획자 | 음악가 정진석은 본래 미술을 전공한 작가로서 정진석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에 눈을 뜨고, 음악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땅이 니땅이가'는 그의 이러한 여정의 결실이자, 우리 현대사의 아픈 단면을 담아낸 블루스 넘버로, 음악적 완성도와 사회적 메시지의 조화를 이룬 수작이다. 음악적 특징과 구성: 한국형 블루스의 새로운 지평 정진석은 이 곡에서 전통적인 블루스의 틀을 한국적 정서와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노래하는 보컬은 미국 남부의 블루스 가수들을 연상시키면서도, 동시에 한국 시골 노인들의 구술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독특한 보컬 스타일은 곡의 주제의식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청자로 하여금 소성리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편곡에 있어서도 음악가 정진석의 탁월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고통스러운
황경하 기획자 | 20분의 영화, 수십년의 이야기를 담다이준용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편안한 밤'은 20분 남짓한 러닝타임으로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포착해낸다.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 현장의 마지막 주민 조한정 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 영화는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밀려나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영화의 제목 '편안한 밤'에는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조한정 씨에게 밤은 강제 철거의 위협으로부터 잠시나마 안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편안함'의 이면에는 깊은 고통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이준용 감독은 이러한 역설을 통해 재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한 인간의 전 생애와, 한 동네의 수십 년 역사, 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담아낸다. 이준용 감독은 이 모든 것을 균형 있게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경제학도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이준용 감독의 이력은 그의 작품만큼 흥미롭다. 그는 원래 일반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촛불 시위를 경험하며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된 그는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천 원으로 시작된 음악 여정 "천 원에 노래 한 곡 만들어 드립니다." 이 소박한 문구로 시작된 김동산의 음악 여정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환경운동가에서 '출장 작곡가'로 변신한 김동산은 지난 10년간 거리와 카페, 때로는 철거 농성장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왔습니다. 2017년에 발표된 그의 첫 정규앨범 '서울·수원 이야기'는 이러한 작업의 결실입니다. 이 앨범으로 그는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업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동산의 진가는 단순히 음악적 완성도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의 노래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기록한 살아있는 역사서이자,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메가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동산의 음악 여정은 2010년 수원의 한 공원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행사에서 자작곡을 불렀지만 관객의 반응이 시원찮자, 즉흥적으로 '천 원에 노래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첫 '고객'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만든 노래에 함께 온 누나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김동
전승일 작가 | 경이로운 우리 시대의 가객(歌客), 김민기 선생님께서 영면하셨다. 나는 어제 부고를 듣고 거의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유튜브를 띄워 놓고 그의 노래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SNS의 추모 열기도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아마 그의 노래에 대한 경험과 감동 지점이 그만큼 폭이 넓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게 김민기 선생님은 같은 미술대학 선배님이지만 실제로 뵌 적은 없다. 그는 미대생이었으나 노래를 만들었고, 대학생이었으나 노동자·농민이 되어 그 안에서 예술을 했다. 그는 1집 음반을 만든 싱어송라이터였으나, 공연 기획자로 변신하여 <학전>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그는 수많은 예술인들을 양성했지만, 스스로는 무대 뒤의 ‘뒷것’이 되었다. 그는 이유도 모른 채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노래를 잘 만든다는 죄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고문하는 그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나 때문에 죄를 짓고 있구나... 하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국가폭력에 대들고 싸우고 있지만, 그분은 자신의 상처로 새겨 넣으신듯 하다. 나는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81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나같이 ‘엉뚱한 녀석’들과 ‘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지난 7월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롯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공연을 보았다.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 연주였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픈 성모’를 뜻하는 라틴어로 <성모애가聖母哀歌>를 일컫는다. 바티칸 성당 미칼란젤로의 피에타 상이 상징하듯,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를 끌어내려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의 심정을 읊은 노래이다. 이 노랫가사를 지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몇 사람 있다. 보통은 수도사였던 ‘야코포네 다 토디’가 지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작자미상으로 13세기부터 전해온 라틴어로 된 20절의 3행시이다. 원문에서 마지막 피날레인 ‘영원무궁히 아멘 In Sempiterna Saecula. Amen’을 빼면 딱 3행씩으로 된 20절이다. 롯시니는 이 20절을 10곡으로 나누어서 작곡했다. 이 가사로 작곡된 다른 유명한 성모애가인 페르골리지와 비발디, 그리고 드보르작의 작품도 모두 나의 애청곡愛聽曲들이다. 특히 페르골리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30분 밖에 안되는 여성합창곡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절절하고 정말 가슴을 쥐어 짜는 절창의 연속이다. 페르골리지는 26살에 요절했지만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지난 6월 29일 토요일, 두 달 만에 하루에 3개의 공연을 보는 강행군을 했다. 놓치기 아까운 연주회들이 이렇게 하루에 몰리면 괴롭다. 선택을 강요받느니 그냥 다 보는게 오히려 마음 편하다. 물론 동선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최악의 경우 공연이 동시간대에 겹치면 1부와 2부를 나누어 보는 메뚜기 관람을 할 수도 있다.)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IBK홀/ 이지윤 바이올린 독주회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악장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협연만 하다가 오랜만에 독주회를 열었다. 이지윤은 나의 최애 여류 바이올리니스트다. 바이올린의 음색과 보잉이 정말 우아하고 매우 정갈해서 항상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또한 절대 과하지 않는 세련된 음악성을 표현한다. (다니렐 바렌보임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악장 아닌가!) 오늘 선곡 모두가 그의 보잉 스타일에 아주 어울리는 곡들이다. 1부 첫 곡은 바그너 베젠동크 가곡집 중 <꿈>. 피아노 바이올린으로 편곡한 곡인데 원곡보다 아름답다. 두번째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이다. 슈트라우스가 20대 후반에 작곡한 후기 낭만주의 미학이 철철 넘치는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 6월 22일 토요일, 요새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임윤찬 피아노 독주회 티켓을 하루 전 기적적으로 구해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마음이 바빠서 평소보다 한참을 서둘렀지만 예술의 전당 주차장 진입에만 30분이 넘게 소요되었다. 음악회장은 이미 2시간 전부터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내 좌석은 뒤쪽 합창석 한가운데의 맨 앞열이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합창석이지만 음향만 문제없다면 피아노 관람으로는 최고의 명당자리이다. 임윤찬의 왼손을 포함 양손이 이보다 더 잘 보이기는 어렵다. 관객석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데 3층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밝아지자 임윤찬이 흰색 턱시도 차림으로 들어오고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 앉자 마자 박수소리도 사라지기 전에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노의 첫 소절 울림이 순식간에 공연장을 잠재운다. 1부 레파토리는 멘델스존 <무언가無言歌 Lieder ohne Worte> 2곡과 차이코프스키 <사계 Seasons> 12곡이다. 프로그램이 발표될 때 나는 왜 <사계> 12곡 앞에 <무언가> 2곡을 넣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공
전승일 작가 | 두 살 때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평생을 소아마비 증후군을 안고 살았던 장애 연구가 토빈 시버스(Tobin Siebers, 1953~2015) 교수는 저서 <장애 미학(Disability Aesthetics)>(2008)을 통해 “장애는 미래 발전에 작동하는 중요한 미적 가치”라고 하면서 “장애는 현대예술에서 결함이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며, 미학의 역사에서 기존의 가정들을 실험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장애는 현대미학에서 필수적이다.”라고 하였다. 인간에게 장애는 무엇인가? 토빈 시버스에 따르면 장애는 미적 인식을 확장시키고 다양화하며, 장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예술적 아이디어와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제 예술가들은 장애미학을 끌어안고 근본적인 미적 전제 조건들에 물음표를 던질 필요가 있다. 장애는 신체적·정신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 정체성이며, 장애미학은 손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럽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장애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이 만들어내는 장애예술(Disability Arts)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 | WHO와 국제병원연맹(IHF)을 방문하는 제네바-취리히 일정 사이에 잠깐 1박2일로 베를린에 다녀 왔다. 5월 4일자로 미리 예매해 놓은 베를린 국립가극장(Berlin Staatsoper unter den Linden)의 <나비부인>을 친척들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날 공연은 한마디로 역대급, 최고의 <나비부인>이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관현악 반주야 어떤 곡을 들어도 최고의 수준을 보장한다지만, 오늘은 새로운 스타 탄생의 현장을 목도한 느낌이다. 막이 내려가고 관객 전원이 기립박수를 쳐댔다. 마치 누가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안나 네트렙코의 시대가 가고 안나 프린세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소프라노 주인공인 초초상을 위한 오페라이다. 오늘 초초상 역의 안나 프린세바를 처음 접했는데 정말 잘한다. 작년 브리겐츠 페스티벌 <나비부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화려한 데뷔 과정을 거쳤지만, 실제 오페라 극장에서 실황으로 접하는건 처음이다. 중저음은 부드럽고 고음은 완전 스핀토이다. 외모도 아름다우니 앞으로 대성할 일만 남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