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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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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및 언론의 품격과 태도로 번진 <굿바이전2> 논쟁
'언론은 권력인가'의 문제로 옮아가는 중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한국기자협회에서 <굿바이 시즌2>에 대한 민사소송 및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아직 소장이 제출되지는 않았다. 6월 14일자 한국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기자 16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초기에 있었던, '기자들에 대한 비판 근거가 있느냐'는 논쟁은 언론 자유와 예술 자유,  곧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 어떻게 허용되는가로 옮겨갔다. 그리고 이 논쟁은 나아가 저널리즘과 예술의 품격과 태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국민일보 이가현 기자는 6월 11일자 ‘기레기 퇴치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순실을 집요하게 취재했던 기자들이 지금의 기레기들과 다른 사람들일까" 하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는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기삿거리와 취재원을 대하는 태도와 품격, 나아가 인간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품격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 6월 7일 뉴스아트 보도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허용되는가) 이후 굿바이전을 둘러싼 대립은 경상일보, AP통신, 연합뉴스 등에서도 다루어졌고, 법적 대응을 강조하는 기사도 계속 나왔다.

 

6월 7일 미디어오늘은 언론사 소송을 예고하는 기사를 한 번 더 내보냈다. 뉴데일리는 ”심각한 명예훼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 편집국도 지난 4월 박 작가에게 문자를 보내 캐리커처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문자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6월 8일에는 PD저널에서 캐리커처를 그린 박찬우 작가를 취재 보도하였고, 이 자리에서 박 작가는 "오보를 정정보도" 하거나 "사과하면 작품을 지우겠다"고 하였다. 6월 10일 데일리안 김하나 기자는 미디어브리핑에서 사건을 정리하여 보도하였고 6월 12일에는 울산저널과 광주드림에서 박찬우 작가를 인터뷰 했다. 이후에는 컬럼이나 논설을 통하여 이 문제가 다루어졌다.

 

6월 14일자 뉴데일리와 파이낸스투데이에는 “기자 조롱화, 풍자에 대한 서울민예총의 오해”라는 제목의 컬럼이 동시에 게재되었다. 굿바이전이 권력자들이 아닌 '감시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조리돌림, 테러, 화풀이, 배설, 쓰레기, 분노와 격정, 인권의 무시와 조롱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을 프랑스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혹은 모독)만화를 보여준 중학교 교사 살해 사건에 비유하면서 하면서, 예술의 품격을 논하기도 했다.

 

 

굿바이전에 대한 언론보도는, 기자 비판의 근거 유무에서 출발해 언론 및 예술의 표현 자유를 거쳐 작품 및 언론의 품격과 태도로까지 논쟁이 번지고 있다. 국왕을 비판한 오노레 도미에는 논쟁에서 끝나지 않고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어 감옥에 갔다. 권력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이제, 언론은 과연 권력인가의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다음은 각 언론에서 인용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수준의 작품과 전시가 열리는 걸 막을 순 없거니와 막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류의 예술이 ‘정의감이 충만한 후진 예술’인 점을 이해하고 동조하지 않으면 된다” (6월 7일 미디어오늘, 반이정 미술평론가)

 

“기자 개인을 공격하면 언론 자유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6월 7일 뉴데일리,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언론은 취재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어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는 것처럼, 일반 시민들도 하고 싶은 생각을 쓰고 말하는 표현의 자유만큼은 열려 있어야 한다. 법적 대응까지 가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6월 10일 데일리안,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언론사는 턱없이 많다... 현재 공영방송 숫자는 괄목하나, 그들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신뢰는 전문성, 역동성, 진정성으로 평가를 받는다. 언론자유는 자유를 지키지 못하면, 반드시 타율을 경험하게 된다." (6월 19일 천지일보,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지금 기자들은 자유의 남용에 허위조작정보를 남발하면서 시민들을 상대로 싸운다. 기득권 기자들의 언론자유 과잉은 진실한 기자들의 자유를 위축시킬 따름이다." (6월 20일 경기신문, 김동민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2022년 KBS 조사에 따르면 현재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63.5%이다. 2021년 기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괴롭히기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한 기자는 78.7%이다. 이 가운데 90% 이상은 기사 내용이 아니라 언론사의 정치성향으로 인해 괴롭힘을 당했다. 조사 결과는 언론과 독자의 인식차이는 물론, 서로 역시너지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언론재단 연구에 따르면 한국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짜뉴스이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고 특히 독자와 언론 간의 생각 차이가 크다고 한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법적 대응을 재확인하면서 ”기자의 본령은 감시와 비판“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는 팩트 위에서 누려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예술인을 고발하는 언론에 대한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언론재단 연구에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사 작성을 통해 언론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