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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허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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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전2 계기로 불거진 논쟁,
언론의 대응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광주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를 둘러싸고 자유, 풍자, 폭력, 블랙리스트, 왜곡, 적폐, 명예훼손 등  누군가의 가슴을 철렁하게 할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굿바이 시즌2'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는 서울 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소속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왜곡된 한국 언론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들은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신뢰지수에서 한국 언론이 아시아 최저점을 기록한 현실을 근거로 삼았다. 

 


이번 전시회가 문제된 것은 박찬우 작가가 그린 '기자 캐리커처' 때문이다. 박작가는 방송과 온라인으로 확보한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 정치인의 사진을 모아 캐리커처를 그리고 이를 페이스북에도 게재해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일부 언론사에서 이 캐리커처를 문제삼으면서 '굿바이 시즌2' 전시회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해당 언론사에서는 내용증명을 통해 인격권 침해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및 형사조치를 예고했고, 전시회를 주최한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변론을 요청한 상태이다. 

 

 

한국기자협회에서는 6월 3일, 이번 전시가 폭력이고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의 성명을 냈고 민예총에서는 6월 4일 "기자들의 심각한 진실 왜곡과 본질을 호도한 행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요지의 반박 성명을 냈다. (성명 내용 기사 하단)

 

한국기자협회신문인 <미디어오늘>에서는 성명을 내기 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기사화 했다. 6월 1일 "정파성 시비에 휩싸였다", 4일 "기자협회·서울민예총 ‘충돌’" , 7일 오전 "매경 사설에서 문제삼다", 7일 오후 "기협.언론사 소송 예고" 등이다. 또한 6월 7일자 미디어오늘 사설(미오사설)에서는 “전시 작품을 놓고 언론계와 예술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박작가 작품은 일방적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오사설에서는, 신문 만평은 공익적 풍자라는 대중의 공감이 있기에 그냥 넘어가는 것인데  박작가의 작품은 그가 왜 그 기자를 풍자 대상으로 삼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고 하면서, 자의적 기준을 적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언론인 비판 사이트에서 언급한 기자들과 작품의 기자들이 상당부분 겹치고 있다고 그 기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6월 2일에는 서울경제에서 "언론개혁 '풍자'인가, 또다른 '블랙리스트'인가"라는 기사를, 6월 3일에는 조선일보에서 ”적폐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이들의 소속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게재하여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민예총 반박성명이 나온 이후인 6월 6일에는 세계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이 논란을 보도하였다. 특히 동아일보는 박찬우 작가의 캐리커처 작품이 문제되었음을 특정하면서 민예총과 기자협회 입장을 나란히 보도하였다. 동아일보는,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어떤 기준으로 기자들을 풍자 대상으로 삼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하면서 기자와 언론사 일부에서 법적 대응을 밝혔다고 하였다. 

 

또한 비슷한 시간에 올라온 동아일보 사설에서는 “특정 언론인들을 근거 없이 매도한 작품을 포함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포스터나 작품 어디에도 캐리커처 대상을 선정한 기준이나 근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미오사설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다음날인 6월 7일에는 매일경제 사설에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 채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 언론인을 조롱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전시회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의 글이 실렸다. 

 

6월 1일 미디어오늘에서 보도하기 전에는 광주 지역지나 소규모 인터넷 언론에서만 다루어지던 전시소식은 이후 수많은 인터넷 언론에 보도되었고, 금태섭 전 의원, 한지원 작가 등의 코멘트까지 덧붙여지면서 논란이 더해졌다.

 

 

여기에 개인들까지 이 논란을 블로그나 커뮤니티로 편집하여 퍼나르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전파되는 포스팅 중에는 실제 인물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보여주도록 실사 사진이 캐리커처 옆에 나란히 편집된 것도 있다.

 

민예총은 이와 관련하여 오는 6월 11일 토요일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다. 광주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가 주는 의미는, 앞으로 언론의 대응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민예총과 한국기자협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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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총 성명서>

 

한국기자협회의 성명에 분노한다.

-이 땅에 저널리즘은 있는가?-

사단법인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의 주최로 지난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시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展 -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지만, 전시장을 방문해서 작품을 먼저 감상하거나 작가와 인터뷰한 한국기자협회 소속의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자의 기본자세는 현장에 있지 않은가? 발로 뛰는 기자는 어디 가고 상상과 공상으로 기사를 쓰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 했다고 비난하지만 캐리커처(caricature) 사전적 의미는 ‘사물·사건·사람 등의 특징을 잡아, 희극적으로 풍자한 글이나 그림 또는 그런 표현법’이라고 나와 있다. 희극적으로 풍자한 그림이나 표현법 자체가 캐리커처임에도 이것을 문제 삼아 비난을 하는 것은 시사상식사전의 내용을 바꾸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 전시회의 내용들을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하고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 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이들의 소속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게재하여 심각한 명예훼손에 이르고 있다’고 했지만, 이 작품전의 작가는 모두 18명으로 각기 다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찬우 작가의 작품 하나만 가지고 전체 작가의 작품을 싸잡아 폄하하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시각이다.

박찬우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불만이 있고, 불편하고, 껄끄러우면 그렇게 표현하면 된다. 전체 18명의 작가가 문재인 정권만을 지지하고 따르는 작가들로 호도한 발언에 대해서는 예술가로서 심히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정파 프레임으로 예술가들을 가두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프레임만으로는 기자들의 심각한 진실 왜곡과 본질을 호도한 행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허위 기사부터 해서 유시민 씨에 대한 공작에 이르기까지 기자들이 해서는 안 될 사건들을 저지른 예는 무수히 많다. 그 무수한 도배한 몇십 만 건의 기사중에 얼마나 유효하고, 얼마나 진실에 가까웠는지 시시비비를 가려 보았는가? 지금껏 이런 허위 기사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기자들은 예술 풍자의 대상조차 되어선 안 되는 존재인가 묻고 싶다. 박찬우 작가가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기자들은 왜, 어떤 이유로 캐리커처로 그려졌는지 박찬우 작가의 SNS에 기자들이 쓴 기사를 첨부해 명확하게 나와 있다. 마치 서울민예총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엄청난 음모를 갖고 선량한 기자들을 공격하는 모양새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전시의 기획에서 참여작가 선정, 작품 선정까지 모두 작가들 자유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과연 억울한 피해자가 진짜 기자들이라고 생각하시는가? 당신들의 허위기사와 날조 기사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사람들에게 먼저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한국기자협회라는 이름으로 예술가들의 작품을 ‘즉흥적이고 작위적인 편협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표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심지어 ‘예술가들이 담아낸 내용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편협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되어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라고 비난한 행위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다면 가짜뉴스나 허위뉴스를 내보낸 기자들부터 반성하는 것이 먼저다. 예술표현의 자유만 소중하다는 것이 아니다. 한 작가의 작품이 불편하고 분노하게 만든다고 해도 18명의 소중한 작품전을 싸잡아 비난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기자가 할 짓이 아니다. 분명히 18명의 작가는 언론개혁이라는 대의를 갖고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박찬우 작가 한 명의 작품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싸잡아 비난하는 행위야말로 예술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권력자들’의 시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방패 삼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하하고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길 바란다. 언론과 기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자나 언론사를 풍자한 예술가들을 상대로 물리적 실력 행사를 하려는 파렴치한 생각부터 접어야한다. 언론과 기자들의 명예는 제대로 된 기사에서 나오는 것이다. 적폐 세력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기자들을 국민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잊었는가? 위키 백과에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에서 허위 사실과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린 기자‘를 지칭하고 있다.

<굿바이전> 18명 작가는 예술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 본연의 성격인 ‘풍자’와 ‘메세지’를 버릴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다. 이제 광주에서 부산에서 대구와 대전, 청주에서 들불처럼 언론 개혁을 바라는 예술가들이 <굿바이전>에 동참 할 것이다. 18명이 180명이 되고, 1천8백 명이 1만8천 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길 바란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전에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부터 방지하고 ‘살아있는 권력’의 취재를 방해하는 공작에 대해서 눈감지 않길 바란다. 명예는 예술가들을 탄압하고 억압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기자정신으로 본연의 할 일을 묵묵하게 할 때 기자들의 명예가 지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6월 4일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 <굿바이전>작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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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의 성명서>

서울민예총의 왜곡된 언론관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

-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위축시키는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라! -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은 지난 6월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시 메이홀에서 ‘굿, 바이 시즌2展 -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이라는 전시회를 갖고 있다.

 

이 전시회의 내용들을 보면 소위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하고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이들의 소속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게재하여 심각한 명예훼손에 이르고 있다.

서울민예총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기자들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언론관에 우리는 우려를 넘어 비탄을 금할 수 없으며, 그 대상으로 삼고 있는 언론인을 어떤 객관적 근거로 선정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의 이런 즉흥적이고 작위적인 편협한 언론관에 새삼 놀라는 것도 아까울뿐이다.

행사 주최 측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의 퇴출을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최 단체와 예술가들이 담아낸 내용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편협된 이념과 사상이 개입되어 그들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비하하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예술이 갖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며 언론탄압으로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

서울민예총은 언론과 언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이번 전시회를 즉각 중단하고 건전한 방식의 작품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의사를 전달하길 바란다. 또한 예술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이 갖는 따뜻함으로 사회 대통합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지금의 전시회를 강행하고 언론인에 대한 적대적 표현을 계속한다면 언론의 자유와 기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기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과 기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할 것이다. 

 

2022년 6월 3일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