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유인촌 반대 기자회견과 맞불 기자회견

URL복사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10월 5일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날, 국회 소통관에서 유인촌 후보에 대한 지지 기자회견과 반대 기자회견이 한 장소에서 연달아 열렸다.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말에 지지 기자회견이 급히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9시 40분, 유인촌 문체부장관 지명철회를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유인촌 장관 지명이 예정되자 꾸준히 증거자료를 제시하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1인 시위도 해왔다.

 

 

기자회견에서는 블랙리스트 실행 혐의자 유인촌 후보의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128개 문화예술단체와 942명의 문화예술인들의 명단과 함께 입장문이 발표되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모태가 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이들은  "유인촌은 장관 재직 당시 정권에 비판적이고 진보적이었던 문화예술기관장에 대한 사퇴를 종용한 바 있고,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모태가 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바 있습니다"고 하였다.  

 

문화예술계 이권 카르텔 운운하면서 문화권력을 독점하고 문화예술인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인 양 밀어붙이면서 블랙리스트 사건에 책임이 있는 유인촌을 장관에 지명하는 것은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다시 작동하는 것. - '공동행동' 보도자료


유인촌 후보는 장관 재직시절 이념이 다른 정부의 기관장을 해임한 사실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책임과 위법성을 증언할 참고인 참석이 여당의 반대로 불발되었다. 유인촌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에서도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지도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블랙리스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블랙리스트 소송대리인 강신하 변호사는 , 이명박 정부의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고 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블랙리스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하다고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차 사건을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송경동 시인은, 유인촌씨가 이명박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특검 등을 통한 진상조사 내용을 전면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하면서, 자료가 다 있는 사실을 부인하는 자를 임명하는 것은 블랙리스트 피해자 1만명에 대한 2차 가해라고 하였다. 

 

이명박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이 없었다니, 당시 장관이었던 유인촌은 허깨비였다는 건가? 유인촌씨는 국회청문회장이 아니라 검찰조사를 받아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 송경동

 

유인촌씨는 국회청문회장이 아니라 검찰조사를 받아도 부족한 사람

 

유인촌 후보는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굳이 정치적 표현을 하고 싶다면... 정부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해선 안된다"고 했다. 또한 "블랙리스트는 없었다... 그렇게 믿고싶겠지. 누가 조사 좀 해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유인촌 장관 후보의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한 국정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문화권력균형화전략>과 국정원의 '문화.연예계 정부비판세력(82인명단)' 등 다수의 문건이 증거라고 했다.

 

 

맞불회견: 유인촌 후보가 시대를 선도할 정책을 추진할 것
 

9시 40분에 있었던 기자회견이 끝나고 10시에는 "문화단체 및 예술인 공동지지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유인촌 후보가 시대를 선도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소수가 독점하는 문화권력을 가진 일부 기득권 세력의 가짜뉴스와 조직적 임명 반대에 자극받아" 유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지지 성명서를 발표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문화단체 및 예술인 연대(이하 연대)'측은 자신들이 "반대를 주도하는 세력들과는 달리 현장 문화예술인들 중심"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 더 나은 문화, 더 나은 예술, 더 나은 스포트 정책과 관광 정책으로 역동적인 K 컬처 시대를 열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화생태계 및 한류문명 시대의 초석을 닦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문제를 유인촌 후보가 바로잡을 것, 국악계 큰 예산 지원도 기대

 

회견 참석자 가운데 스포츠 공정포럼의 임준택 대표는, "코로나 시기... 체육 고사 위기에도... 누구도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그 와중에 "체육계 수장들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였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이 16위를 할 정도 부진"했다고 하였다. 그는 엘리트체육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생활체육이 나아진 것도 아니고, 성폭력과 비리 등으로 운동을 시키려하지 않는 분위기 등의 문제를 유인촌 후보가 바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임 국악계 아리랑 보존회 회장은 유인촌 후보가 전통예술진흥재단을 만들어  연간 200억이나 지원하고, 국악방송의 전국 방송화와 전문국악단 활성화도 지원했다면서 큰 기대를 보였다.

 

성명서를 낭독한 전국예술대학교교수연합 이대영 상임대표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이명박 정부시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이자 문화특보였고 현재 중앙대 교수이다. 반대 기자회견이 열릴 것이라는 말에 2~3일전 부랴부랴 유인촌 후보 지지층을 결집했다고 한다. 

 

뉴라이트,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지만 참여정부에서 지원금 수혜

 

성명서에 나오는 '이념에 치우친' '소수가 독점하는 문화권력' ' 비효율적인 문화기관 단체와 제도' 등의 표현에 대한 근거가 될만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이대영 대표는 "저쪽(유인촌 후보에 반대하는 쪽)도 근거가 없이 하는 말 아닌가?"라고 응답했고,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이 증거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유인촌 후보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대영 대표는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의 '극단 여의도'에서 공연한  <환생경제>라는 연극의 집필자로, 이 연극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노가리', '거시기를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의 욕설을 날림으로써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환생경제> 희곡집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참여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다.

 

 

국회소통관에서 의견이 상반된 두 개의 기자회견이 연달아 열리는 일은 매우 드문데, 어떻게 된 것일까?

 

소통관에서 보기 드문 맞불 기자회견

 

국회사무처에 확인하니 연휴로 인해 기자회견 장소를 예약한 것은 모두 10월 4일이다. 유인촌 후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10월 초에 기자회견을 계획하여 의원실에 소통실 예약을 요청했고, 시간도 원래 9시로 예정했다. 하지만 긴 연휴로 인해 4일에야 예약이 가능했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간도 9시 40분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직후 유인촌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 10시로 소통관을 예약하였다. 이날 9시 정각에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단체는 없었다.

 

한편,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유인촌 후보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백서는 "일방적으로 기록된 것"이며, 해당 문건에서 자신의 이름이 104번이나 언급됐는데 왜 자신을 구속시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하면서 블랙리스트 실체를 부인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수사대상을 이명박 박근혜 뿐 아니라 노무현 문재인 정부까지 넓힐 것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