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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예술의 미래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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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8월 24일 '2023 KOPIS 공연예술 데이터 포럼'이 열렸다. 2023년 상반기 공연시장 동향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보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연예술 마케팅 방안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예술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번 포럼에는 특히 젊은 예술기획자들이 큰 관심을 보여서, 포럼장을 꽉 채운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20대였다. 이날 1부에서는 공연예술 데이터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설계 사례를 보여주었고, 2부에서는 공연예술분야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질의응답하는 자리를 가졌다.

 

무서운 것은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사람

 

이 자리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무서운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말이었다.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산업은 물론 개인의 삶도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1부에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팀의 정인혜 팀장과 이다운 주임이 데이터 특성에 기반하여 어떤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보여주었다.

 

 

이들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게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포인트 예시를 공유했다.

 

▲인지도 높은 공연은 지방에서도 고가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다 ▲잘 되는 공연의 경우 공연 3주 전에 관객의 50% 1주일 전 80%를 채우고 있다 ▲뮤지컬 애호가는 트위터를 이용하는 비중이 74.8%지만 연극과 클래식, 발레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티켓 판매가 집중되는 시간에 SNS광고를 내보내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이었다. 

 

공연예술데이터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방법

 

이어서 월간 댄스포럼의 윤대성 편집장이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기간내 어떤 공연이 가장 잘 팔렸는지, 어느  시간대에 광고캠페인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다른 공연은 티켓 가격을 어느 정도로 정하는지, 각 공연의 예매율, 취소율, 주로 취소되는 티켓 가격대 등 전체 상황 및 연도별 상황을 볼 수 있다. 각 지역에 어떤 공연들이 많고 어떤 공연들이 적은지도 알 수 있다.

 

 

올해부터는 예술경영지원센터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내가 올린 공연의 주요 관객층 등 다양한 통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공연을 기획할 때 향후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게 엑셀 파일로 다운 받을 수도 있다.

 

 

2부는 3인의 빅데이터 전문가로부터 예술데이터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데이터 기반 공연평가지표 개발로 관람율 높인 영국

 

안지현 데이터그램 대표는 예술데이터 활용은 2014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서 시작되어 타 산업에 비해 다소 늦은감이 있고, 직관을 활용하는 업종 특성상 수치화가 어려웠다고 한다.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예술이라는 상품의 본질을 규명해야 하는데, 이것을 해 낸 사례로 영국을 들었다. 

 

영국의 컬처카운티라는 프로젝트는 평가를 목적으로 각종 지표를 개발하는 데 성공, 공연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아트데이터임팩트라고 하는데, 관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50%를 차지하는 신규관객의 성향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도 수정하고 잠재고객 통계를 공유하여 예산도 절약하고 지역의 관람율을 상승시켰다고 한다.

 

 

김여항 세종문화회관 공연DX팀 팀장은 예술데이터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예술프로젝트는 제작과정에서 예술적 판단이 들어가고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산업구조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노동집약적인 예술적 판단이 필요한 공연예술 데이터

 

그는 캘리포니아 세트라멘토 몬다비센터 사례를 소개하였는데, 코로나 덕분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이들은 판매실적을 기반으로 좌석배치도나 가격정책, 시즌공연계획 등을 수립한다.

 

세종문화회관도 티켓구매성향을 분석해 공연을 추천하고 SNS를 전송하는 방식을 통해 재방문율도 높이고 다른 장르도 경험하게 유도하는 등 더 나은 관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는 시즌 라인업 등에도 활용된다고 한다.

 

데이터 해석 전달하는 개인화된 서비스에 인공지능 이용

 

데이터마케팅코리아 이진형 대표는 데이터를 분석한 뒤 실무자들에게 그냥 보라고만 할 경우 아예 데이터 로그인도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를 해석하고 전달해주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분석된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퍼스널 비서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은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쓰임새 못지 않게 두려움을 갖는 문제에 대하여 김여항 팀장은 "위협이 될 정도로 인공지능이 쓰여지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데이터 공개에 대하여 예술적 가치가 단지 숫자로 평가되는 것으로 생각해 저항감이 많은데, 현재 데이터는 일차적 활용단계이니 위협감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복잡하고 예측 어려운 예술산업, 인공지능 도입 영향 클 듯

 

이에 대하여 안지현 대표는 "(산업 전체에) 위협적인 부분도 있다"고 하였다. 우리 예술산업은 다양한 장르, 복잡한 생태계, 다양한 인력투입, 지역 불균형, 낮은 성공 확률, 매몰비용 과대, 구매욕을 자극하거나 관객을 개발하기 어려움 등 수많은 문제로 인해 예측이 어렵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예측이 가능해지면 단번에 균형이 깨지면서 판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이미 인공지능 화가가 인간과 협업해 전시를 했고, 2010년에 이미 표정이 있는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배우가 2인극 <사요나라>를 공연한 바 있다면서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로봇은 충분히 적용가능하며 이렇게 되면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하였다. 미국 작가와 배우조합 파업 이슈에도 포함되었듯이 여기서 문제는 저작권이다.  


그럼에도 김여항 팀장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획득하고 공유해서 지금 마케팅에만 활용되고 있는 데이터를 공연제작에도 활용할수 있도록 구성, 캐스팅, 각각의 씬에 대한 데이터까지 수집하여 활용할수 있도록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인들이 빅데이터 수집 및 사용을 꺼리는 이유

 

작품이나 제작과 관련된 데이터는 제작자 고유한 권한으로 아직 불가침의 영역이다. 이는 데이터 선진국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서만 한정적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김팀장 말대로 과연 '용기'만으로 해결될까?

   

김여항 팀장의 말에서 예술 현장에서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저항감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작권 문제가 그 저항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그 저항감은 김팀장이 전제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언가를 제공한 대가가 위협으로 돌아온 경험 말이다. 

 

데이터 수집 목표 분명히 하고 지속 평가 학습해야

 

이런 문제와 관련해 안지현 대표는 데이터에만 집중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어이 없는 결과를 언급했다. 워싱턴 교육청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능한 교사를 해고하는 임팩트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초기에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유능한 교사들이 교단에서 쫒겨나는 일이 있었다. 지속적인 학습 평가가 없는 알고리즘과 시스템은 큰 문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이진형 대표는 데이터 수집단계에서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월드 할인행사를 위해 10년치 데이터를 받았는데, 목표 없이 수집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는데 프로젝트 기간의 절반 이상을 쓰는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하였다.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인공지능이지만 이 과정에서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인공지능의 학습속도를 높이려면 데이터 정제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빅데이터는 인공지능 자체에 쓰이거나 서비스개발 및고도화에 쓰이는데, 조직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잘 쓰는 사람이 위험하다고 했다. 예술인과 예술작품에 그런 기술이 '함부로' 쓰였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불필요하거나 편견 강화하는 알고리즘 생산하지 않는 통찰력 필요

 

안지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데이터 및 알고리즘 수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범죄예측프로그램을 적용하여 범죄예방에 나선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전체 범죄율은 줄었지만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여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안대표는 완벽한 알고리즘은 없다면서 수집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집된 데이터에 대한 통찰력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직들이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생산한 알고리즘 상당수가 현실적으로 쓸모 없는 경우가 많아 빅데이터구매율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하면서, 정량적 접근보다는 데이커가 보여주는 결과에 대한 원인과 동기분석 등 정성적 접근 및 통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관과 창의성 중요한 예술계 빅데이터, 다양성 공정성 등 필요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가 특히 예술 데이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빅데이터 및 알고리즘이 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인공지능에 적용하고, 그로부터 생산된 결과물을 현실에서 받아들일 경우 직관과 창의성이 크게 작용하는 예술계에 타격이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예술계 빅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해석과 분석 및 적용 과정에서 다양성, 공정성 등을 포함하는 데이터 이용 원칙이 먼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엔지니어링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깊은 통찰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