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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을 밀어내듯... 국립극단은 어찌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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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본질은 수익성이 아니라 기초예술에 대한 태도
2012년 밝힌 국립극단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의문

뉴스아트 김시우 기자 |

 

공연예술인노동조합에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과 국립극단의 이전 계획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한국연출가협회에서는 문체부가 연극인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무시한 것에 대하여 사과하고 개발 사업을 백지화 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전문 기사 하단)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장충동 국립극장을 떠나 2010년부터 이곳에 자리잡고 활동해 온 국립극단 및 연극인과의 소통 없이 장르간 갈등만 부추기며 공공예술을 민간에게 넘겨주는 개발에 반대함을 분명히 했다. 당시 국립극단은 갑작스러운 법인화 과정을 밟으면서 전원 해고 등의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계획은 2012년에 시작돼 10년 이상 추진되어온 사업이지만, 진행과정에서 당사자인 예술계와의 논의는 없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공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25일 연극계, 26일 뮤지컬계와 무용계 등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열렸다. 그 결과 대형 공연장이 부족했던 뮤지컬계 및 무용계는 찬성을 표했지만, 장르 성격이 다른 데다가 기존의 전용극장을 2개나 빼앗기게 생긴 연극계는 반대 입장이었다.

 

연극계에서 더욱 우려하는 문제는 이 개발이 임대형민자사업(BTL)방식이라는 점이다. 임대형민자사업이란, 공사비와 이익을 임대료 명목으로 분할상환 받는 방식이다. 민간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운영비 1,004억 원을 지원받으면서 복합문화시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20년간 추가 이익을 실현한다. 민간업자는 수익성 높은 장르에 임대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낮은 기초 예술의 하나인 연극, 특히 대중적 인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연극이나 다양한 시도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물론, 서계동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면 된다. 국립극단에게는 아직 명동예술극장이 있다. 대학로에 소극장도 많다. 하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철거민처럼 '국립'극단이 내쫒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판은 "서울역에 연극 극장이 있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왔다. 15번 출구,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는 빨간 건물의 작은 극장은 무대와의 거리가 넓지 않아 배우의 표정이나 호흡까지 느끼며 극을 감상하기에도 좋고 극의 서사를 전달하기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대장치나 인원에 제약이 있지만 대형 극장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다양한 실험극을 올릴 수 있어서 신진 연출가들과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높은 할인폭과 간혹 제공되는 무료 공연으로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새로 지어지는 극장을 너희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이 시간과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계동 도시 재개발 문제는 서울역 고가 보행길을 조성하는 ‘서울역 7017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2016년부터 부동산 기사로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국립극단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 헌집 주고 새  집 받는 것이니 예술인에게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한 듯하다. 수많은 명품 배우를 배출했고, 서계동에서 10여년 동안 허름한 자리를 지켜온 연극계에 대한 친절함과 디테일의 부족이다.

 

 

국립극단은 2010년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 시절 재단법인으로 독립'되'면서,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서울역 인근 서계동 가건물로 옮겨졌다. 기무사 이전으로 생긴 빈 공간을 매각시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업무계획 보도자료에서 "서계동 기무사 터에 강북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여 장르 간 융합과 통섭 및 미래예술 창조의 거점을 육성"한다는 기본계획을 밝히고, 2015년에 민간투자유치를 전제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했다. 이 계획을 세울 당시 국립극장은 서계동 부지가 기초예술 중심의 공간으로 개발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2017년 서울시의 도시계획 변경으로 주변 도로와 사유지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문체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와 협력하여, 부천 영상센터와 같이 복합문화시설과 예술인 행복주택(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하기로 했다. 2019년 12월에는 이 내용으로 국토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서울시 동의도 받아냈다. 

 

2021년에는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 임대형 민자사업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 및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사업신청자를 모집했고 올해 1월 20일 관련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서류 접수 평가가 이미 진행되었다. 2023년 7월 착공 예정이며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지역 문예회관들이 BTL 방식으로 건립됐다가 운영부실과 지자체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치밀한 평가와 세부적인 기준을 통해 기존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하였지만, 문제의 본질은 수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 자리잡고 있던 사람들과 기초예술에 대한 태도이다. 

 

아래는 공연예술인노동조합과 한국연출가협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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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당사자 논의 없는 일방적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과

국립극단의 이전 계획을 규탄한다!

 

 

문체부는 지난 5월 25일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2014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 처음으로 현장예술인들과의 공청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문체부는 현재 서계동의 국립극단 자리에 200세대 행복주택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여 1,500석, 500석, 300석, 200석, 100석의 극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사업이 BTL(임대형 민자사업, Build-Transfer-Lease)방식으로 진행되고 5월말에 사업자 신청을 끝내고 6월에 사업자 선정을 한다고 밝혔다. 공청회에 참석한 현장예술인들은 이런 일방적인 문체부의 통보뿐인 사업설명회에 분노했다.

 

1, 기초예술의 공익성과 공공성, 상징성을 가진 연극예술을 자본에 종속시키지 말라!

 

연극인들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문체부가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에 문화예술계와 연극인은 분노한다. 연극인들은 문체부에서 타부처와 협약까지 맺어가며 2014년부터 계획한 이 사업이 왜 한 번도 현장예술인들과의 소통 없이 진행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극단은 이명박 정부(문체부 장관 유인촌) 시절 장충동의 국립극장에서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2010) 하면서 극단원들을 정규직화 하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지금의 서계동(당시 기무사 수송대)의 가건물로 옮겨졌다. 이후 10여년을 리모델링 된 공간에서 문체부 직원들과 함께 사옥을 공유하며 사용하고 있었고. 가건물 같은 공연공간을 다양한 실험과 뛰어난 작품을 제작하며 언젠가 국립극단에 걸맞는 연극전용극장, 어린이 청소년 전용극장이 생길것이란 희망으로 연극을 지켜왔다.

이제 도시 재개발과 맞추어 새로운 국립극단에 맞는 극장을 짓겠다고 한다면 목적과 용도에 따른 극장 건축을 위해 현장예술인들과 여러 논의와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2014년부터 현재까지 문체부가 독자적으로 진행하고서 이를 대한민국 연극을 대표하는 국립극단과 현장연극인들에게 통보하는 것은 국립극단을 현장예술인들과는 무관한 예술단체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국립극단의 공공성에 대한 현장 예술인의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로 받아들여진다.

 

2. 공공성보다 민간사업자의 기대수익 보장하는 BTL방식 거부한다!

 

민간사업자 배불리고 예술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만 취급하게 될 BTL방식 거부한다. 국립극단이라는 공공의 예술영역이 민간으로 왜 이전되어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공공예술, 특히 연극과 같은 기초예술분야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비젼과 계획을 가지고 나가야 할 영역이다. 그런데 이를 민간에 넘기면서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가가 주도해야 할 공공예술의 영역을 모두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인가? 지역에 새로운 국립극단 건립에 대한 요구도 모두 그렇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여 그렇게 진행하는 것이 있다면 국가는 그 주체인 예술가들과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는가? 문체부가 돈이 없어서 민간에 사업을 넘긴다고 하는 것은 설명이 부족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천억이 들어간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문체부가 국립극단의 극장을 짓는 돈 1300억이 없어서 민간에 넘긴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3. 국립극단의 상징성과 정책적 철학, 방향성의 부재에 분노한다!

 

이번 계획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국립극단에 대한 계획과 철학, 방향성, 전망의 부재이다. 문체부는 새로 만들어질 서계동 복합문화공간의 극장 중에 300석과 200석의 극장에 국립극단이 들어와서 쓰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국립극단이라는 국가의 연극을 대표하는 단체에 대한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무책임한 발상이라 여겨지며, 특히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비전문적 발상으로 일관한다. 마치 현재 장충동 국립극장이 박정희 정부 시절 졸속으로 지어지게 된 것과 같은 기시감이 든다. 어떤 쓰임이 가능한 극장이 들어서게 될지 전혀 소통이 없는 속에서 단지 객석 수 규모만을 놓고서 국립이라는 이름의 극단을 복합문화공간의 한곳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은 과거 박정희 정부의 졸속 행정과 뭐가 다른지 궁금하다. 그리고 1500석의 객석은 뮤지컬에 500석은 다른 장르를 고려하겠다고 한다. 국립극단의 자리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를 배려하는 것처럼 하지만 여기에는 기존에 그 자리를 지켜왔던 국립극단에 대한 존중도 없이 다른 장르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 계획은 처음부터 공공예술의 새로운 비젼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서계동이라는 금싸라기 땅에 수익성 높은 건물을 짓겠다는 민영화 대세론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문체부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은 국가가 책임져야할 공공예술의 영역에 대한 무지와 현장 예술인들과의 소통을 무시한 촌극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새로운 정부가 이야기하는 공정과 상식에 맞추어 공공예술이 가야할 길에 대한 비젼을 현장의 예술인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면서 만들어 갈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사업공모한 서계동 사업자선정을 멈추라.

2. 국립극단과 현장연극인들을 포함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의 협의테이블을 만들라.

3. 국립의 상징성과 정책적 철학, 방향성에 맞는 사업이 되도록 장기적 계획마련을 촉구한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사업에 대하여 (사)한국연극협회, (사)서울연극협회는 물론 관련 협,단체 및 현장의 연극인들과 함께 공동대책위를 구성하여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행동해 갈 것이다.

 

 

2022년 6월 9일

공연예술인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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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선진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연극인이라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것이 오늘 날 우리 연극인이 처한 각박한 현실이다.
나아가 2년 간의 긴 시간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현장의 연극인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했던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연극의 암흑기를 겪고 있는 작금의 연극인들의 삶은 어떠한가!
이렇듯 아프고, 병 들어가는 현장 연극의 현실을 외면한 채 대한민국 연극의 대표성을 가진 국립 극단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웬말이냐!

국립 극단은 한국 연극 100년 동안 고집스레 현장을 지켜온 수 많은 연극인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담고 있다.

문체부가 추진 중인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은 국립 극단이 들어선 부지를 허물고 민간자본을 앞세운 BTL 개발로 1,200석 뮤지컬 전용극장만 건립할 경우 연극계의 반발을 우려한 듯 300석, 500석 짜리 연극전용극장을 끼워넣기식으로 사실상 뮤지컬 전용극장을 들여 앉힐려는 얄팍한 의도가 숨어있다. 
이는 국립 극단 위상에 대한 문체부의 저급한 인식의 발로이며, 대한민국 연극인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무시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굳이 뮤지컬 전용극장을 짓고 싶으면 다른 공간에다 지어라!

연극의 공간을 강제적으로 침탈하여 엉뚱한 짓을 벌일 경우 연극인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여,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원천 무효가 될 때 까지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모든 연극계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


1. 문체부는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개발 사업을 원천 백지화 하라!!
2.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과하라!!

 

2022년 6월 10일


사단법인 한국연출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