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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동 국립극단 문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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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요구사항 이미 문체부에서 약속했다?
문체부 약속은 추상적이고 실천력 없어 무의미하다?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8월 5일 국립극단은 공지사항 게시판 '국립극단에서 알려드립니다' 게시물을 통해, 서계동 복합문화공간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국립극단은, 지금은 범연극인연대로 바뀐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향해 "일방적인 행보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국립극단은 비대위의 요구사안이 이미 7월 5일 문체부와의 협의에서 약속됐다고 주장했다. 

 

협의되었다고 하는 내용은 ▲창제작 공간 최대 확보와 국립극장 환경 개선 약속, ▲국립극단이 핵심이 되는 연극 중심 공연장 건립 약속, ▲공연장 이름에 '국립'이 들어가는 공연시설로 건립 약속, ▲전문성 있는 공연장이 되도록 연극계 의견 반영 등이다.

 

그러나 같은 회의에 참석했던  비대위에서는 문체부와 연극인 사이의 시각차를 확인하고 문체부와의 협상을 중단했다. 그리고 보름 뒤에 문체부가 일방적 행보를 멈추지 않으면 연극계가 총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계약 중단 요구, 한국연극협회)

 

이와 관련하여 국립극단은, 비대위 내 논의 과정이나 발표내용을 국립극단과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고 따라서 거리 선전전이나 기자회견, 연극인 대행진 등 이미 예정되어 있는 범연극인연대 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하루 뒤인 6일 범연극인연대와 국립극단이 만나 서로 소통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하였던 이 문제는, 10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범연극인연대는 8월 13일 <국립극단 김광보 감독님에게 묻겠습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국립극단에서 협의되었다고 주장하는 네 가지 사항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애매하여 실천력이 없으며 미사여구로 점철된 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이미 극장 중심으로 기본 설계가 끝난 상황에서 연극인이 원하는 창제작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국립극단이 핵심이 되는 연극 중심 공연장이라는 말의 애매함과 무의미성 ▲"국립극장"이 아닌 "국립 공연시설"이라는 정체불명의 말을 만들어내 국립극장의 정체성을 희석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 ▲"국립극장"을 짓겠다는 대외적인 선언조차 하지 않는 문체부의 구두 약속을 신뢰할 수 없음 등이다. 

 

범연극인연대에 따르면, 국립극단의 김광보 감독은 지난 5월과 6월에 있었던 공청회는 물론 6월 24일에 있었던 연극인 대토론회에서 “문체부 산하기관 소속 신분이라 비대위에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연극계 의견을 따르겠다”, “연극계에 위임한다”고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한다. 

 

7월 5일 문체부와의 협상 이후 한 달만에 국립극단에서 "공지"의 형태로 비대위의 일방적 행보를 멈춰달라고 요구하며 비난 하는 것을 범연극인연대는 "연극계를 분열시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부는 일방적 사업진행이 불러온 국립극단과 민간연극인 사이의 갈등 상황에 대하여 좀더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극단의 공지 내용이 김광보 감독 자신의 의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국립극단의 공지는 삭제된  상태이다. 

 

범연극인연대는 8월 15일 예정대로 연극인대행진을 진행하였다. 

 

다음은 <국립극단 김광보 감독님에게 묻겠습니다>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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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김광보 감독님에게 묻겠습니다>

“문체부 산하기관 소속 신분이라 비대위에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연극계 의견을 따르겠다”, “연극계에 위임한다”고 두 번의 공청회 및 비대위와의 회의에서 거듭 발언하셨던 분이 SNS와 신문기사를 동원해 “비대위가 국립극단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연극계를 분열시키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바로 며칠 전까지 비대위의 전위원장, 현위원장, 그리고 부위원장과 다양한 소통을 하셨던 분이 갑자기 범연극인 연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식의 기사를 내는 것은 또 어떤 의도이신지요? 김광보 감독님이 범연극인연대 이름을 “서계동 국립극장 바로 세우기 범연극인연대”로 고치라고 종용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김 감독님이 문체부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서계동에 국립극장을 바로 세우는데 우리와 뜻을 같이 해서 소리 없이 응원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말씀대로 연대 이름까지 고쳤습니다. 그런데 문체부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범연극인연대를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습니다.

 

김 감독님이 옹호하시는 문체부의 4가지 약속, 그 허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문체부와 비대위와의 1차 회담은 협의단계도 아닌 입장(의견)차이 확인차원의 회담이었습니다. 문체부는 임대형 민자사업(BTL)과 행복주택은 변경불가라며, 추상적인 미사여구로 점철된 애매한 약속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제시했습니다.

 

1) 창제작 공간 최대 확보, 국립극단 환경 개선 약속
2) 연극 중심 공연장 건립 약속
3) 공연장명에 '국립'이 들어가는 '국립 공연시설'로 건립 약속
4) 전문성 있는 공연장이 될 수 있도록 연극계 의견 반영 약속

 

문체부가 제시한 약속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에 실천력이 없습니다.
1) 창·제작 공간 최대 확보, 국립극단 환경 개선 약속 – 여기서 문체부가 말하는 창·제작 공간이 무엇인지, 공연장 한두 개를 창·제작공간이라고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이미 행복주택이며, 수익시설 등 입찰을 위한 기본 설계가 끝난 시점의 서계동 복합건물 안에서는 최대한은커녕 최소한의 ‘창·제작 공간 확보’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연습실 한두 개 더 만들자고 협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8월 10일 문체부 차관과 만난 2차 회의에서도 문체부는 사업계획 인정했지만, 창제작에 필수적인 부대 시설공간들이 들어갈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2) 연극 중심 공연장 건립 약속 – 의미 있는 말일 수도, 아무 의미 없는 말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실천력 없는 추상적인 문장을 무슨 의도로 쓰시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3) 공연장명에 '국립'이 들어가는 '국립 공연시설'로 건립 약속 – 지나가는 개가 웃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용어로 ‘국립극장’을 짓자고 하는데,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정체불명의 “국립 공연시설”이라니요? 건물의 이름은 건물의 정체성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립극단 예술감독님!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국립 공연시설’이라는 이름에 감사하실 생각인가요?
4) 전문성 있는 공연장이 될 수 있도록 연극계 의견 반영 약속 – 이 약속에 신뢰를 담고 싶다면 문체부는 먼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국립극장’을 짓겠다고 국민과 연극인들 앞에 선언해야 합니다. ‘국립극장’이라는 이름도 붙이지 못하면서, 대신에 문체부가 내놓은 정체불명의 ‘전문성 있는 공연장’이라는 추상적 문장 하나를 믿고 협상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지금이라도 국립극장, 그리고 국립극단을 바로 세우기 위한 범연극인연대와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2022년 8월 13일
범연극인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