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계동 국립극단이 부지 개발로 쫒겨나게 생겼다. 이 개발계획은 2012년에 시작되었는데, 그동안 문화체육부에서는 현장 연극인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2022년, 사업자 선정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된 연극인들이 항의하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었지만, 장르간 갈등만 심화되면서 연극계는 이에 대한 항의로 거리로 나서기도 하였다. (기사 하단 관련기사들 참고)
이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뉴스아트에서 살펴본 결과 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다음과 같이 총 4회에 걸쳐 서계동 개발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의문을 제시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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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동 의혹 시리즈 중에서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1) - 수상한 발주, 숨겨진 결과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2) - 500억 극장, 1200억에?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3) - 예비타당성 조사는 타당한가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끝) - 8가지 질문
2013년도 연구 결과는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활용방안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계획으로 뒤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연구결과는 2015년 6월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개발 계획으로 확정되었다.
그렇다면, 이 타당성 검토의 기준이 된 숫자는 과연 타당한가?
국립극단 70년사를 집필한 김옥란 연극평론가는 지난 6월 27일 있었던 <연극인대토론회>에서, "1200석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해오름 등의 대형 공연장이 가지는 운영 문제가 이미 드러나 있고, 최근 공연 상황과도 맞지 않기에 매우 의아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2013년 용역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고 한다. 여기서 뮤지컬에 대한 설명이 매우 많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갑자기 1200석이 나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용역에서 제시하는 대안들을 보면, 1200석은 계속 유지되고 중공연장과 소공연장을 축소하여 근린생활시설을 확장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1. 대규모 공연을 전제로 한 객단가 산출
김옥란 평론가는 1200석 공연장의 준거를 알아보기 위해 비슷한 규모의 대공연장 사례를 살펴보았더니 시민회관이나 문화예술회관 뿐이었다. 이런 공연장은 건물 규모는 크지만 거기에 맞는 공연이 없어서 사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대규모 공연장을 기준으로 연구용역보고서가 쓰여진 것이다.
실제로 KDI 용역보고서는 대극장인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객단가를 기준으로 평균을 낸 뒤 이후 건립될 서계동 공연장의 객단가를 계산했다. 공연장 편익 산정 항목 근거에 대한 서술을 보면, "국립극장 및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과 대관공연의 평균 관람료를..."이라고 적혀 있다.
결국 이 공연장의 주요 목적은 대규모 공연이라는 말이다. 1200석 공연장이 그래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극장, 그런 공연들은 그 당시 일반적인 문화시설 입장료보다 1~2만원이나 비싸서 관객입장에서 부담이 커진다. 김옥란 평론가는 "이것이 과연 관객이 원하는 것일까?"라고 질문했다.
2. 민간 운영 대규모 공연장 가동률을 기준으로 수요 추정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공연장 가동률은 67.4%, 서울의 가동률은 85.9%라고 한다. 서계동은 서울에 자리하므로 가동률 85.9%를 적용하였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대형 공공극장의 가동률은 따로 계산되어 있지 않다. 블루스퀘어와 같은 민간 극장은 1800석 규모의 극장도 꽉 채울 정도로 극장이 잘 돌아가고 있지만, 문예회관이나 시민회관과 같은 대규모 공공극장의 가동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극장의 가동률을 따로 적용하지 않고 민간극장을 포함한 높은 가동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한가? 대규모 공연장을 전제로 한 높은 객단가에 높은 가동률을 곱하면, 수요 추정값이 당연히 높아질텐데, 이렇게 면밀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를 타당성 "분석'이라고 할만한가?
3. 0.6이던 경제성분석결과를 어떻게 1.03으로 높여 사업 승인을 받았을까?
KDI는 서계동 개발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에 의하면 2013년 건립계획 연구에서는 경제성 분석 결과가 0.6으로 도출되었다. 1.0을 넘지 못하면 설령 승인을 받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는 이 빈약한 결과를 근거로 곧바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을 신청하였다. 이에 기재부는 2014년 5월 KDI에 의뢰,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1.03이라는 숫자를 도출해 사업승인을 받았다.
문체부는 연극계를 찾아와서 계획을 바꿀 수 없는 이유로, "기재부를 설득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기재부를 설득한 것이 문체부이기 때문일까?
4. 정치적 단절이 문화적 단절을 가져왔을까?
KDI 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2010년부터 사업 추진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2012년 4월 문체부에서 작성한 서계동복합문화공간 건립계획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작성된 2012년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그 대신 이 보고서는 서계동 개발이 대선공약이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로 문체부는 2013년 신년 업무계획 보도자료에서 "서계동 기무사 터에 강북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여 장르 간 융합과 통섭 및 미래예술 창조의 거점을 육성"한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년 업무계획은 2013년 2월, 국정과제에도 반영되어 "군사시설을 문화관광 공간으로 재조성"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동력이 되어 이후 문화관광연구원에 의한 연구용역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기재부를 내세워 KDI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하였다. 그리고 0.6이던 경제성은 1.03으로 늘어나 누구의 간섭도 없이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