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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극장, 1200억에? - 서계동 의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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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 없어서 BTL로 하는 것이 아니라, BTL로 하니까 1200억 필요
500억 원이면 지을 수 있는 국립극장, 1200억 든다며 포기한 이유?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계동 국립극단이 부지 개발로 쫒겨나게 생겼다. 이 개발계획은 2012년에 시작되었는데, 그동안 문화체육부에서는 현장 연극인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2022년, 사업자 선정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된 연극인들이 항의하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었지만, 장르간 갈등만 심화되면서 연극계는 이에 대한 항의로 거리로 나서기도 하였다. (기사 하단 관련기사들 참고)

 

이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뉴스아트에서 살펴본 결과 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다음과 같이 총 4회에 걸쳐 서계동 개발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의문을 제시해 볼 것이다.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1) - 수상한 발주, 숨겨진 결과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2) - 500억 극장, 1200억에?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3) - 예비타당성 조사는 타당한가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끝) - 8가지 질문

 

뉴스아트는 이전 기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2012년 서계동 공간활용방안연구와 국립극단의 2013년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건립계획 용역결과를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두 연구 사이에는 서계동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2012년 활용방안에서는 기초예술을 강조하였고, 2013년 건립계획에서는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을 강조하였다. 공간 구성도 그에 따라 크게 달랐다. 이번에는 숫자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지난 5월 공청회에서 문체부는 국립극장을 지을 돈이 없어서 민자개발을 추진했다고 하였다. 이에 연극계에서는 문화강국 대한민국에서 그만한 돈을 마련하지 못해 국립극장을 못 짓고 민자 개발을 하냐고 반발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500억 원이면 지금의 서계동 공간에 기초예술 중심의 새로운 극장을 지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 돈은 서계동 개발의 종자돈이었던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고, 기타 다른 방법으로 펀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1. 기초예술에 쓰일 공연 및 부대시설 면적은 오히려 줄었다.

 

2012년 활용방안에 의하면, 새로운 건물의 총면적은 13,717제곱미터로, 공용면적이나 주차장 등 모든 시설이 공연을 위한 시설이다.

 

2013년 건립계획에서 건물 총면적은 43,446제곱미터로 광장을 없앤만큼 용적 공간이 매우 커진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연 및 부속시설 공간은 전체의 40% 미만인 17,185제곱미터이다. 나머지 60%가 넘는 26,261제곱미터가 복합업무시설이다.

 

하지만 2013년 건립계획에서 공연 및 부속시설의 거의 절반을 1200석 규모의 대규모 공연장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시 공연이나 기초예술에 할애되는 공간이 2012년도 계획보다 늘었다고 볼 수 없다. 연습실 등 자주 쓰이는 공간은 오히려 줄거나 없다.

 

2. 국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엄청난 개발비의 진실

 

2012년 활용방안에서 사업비는 723억 원(부가세 포함), 기무사에 지급할 용지보상비용(=기무사터 유상관리전환비용)은 720억원이다. 총 사업비는 1500억 원 수준이다. 용지보상비용은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2013년 건립계획에서는 용지보상비용 포함 총 사업비는 1,744억 원(부가세 포함 시 1,918억 원)이다. 단, 여기서는 용지보상비용을 전년도에 비해 210억 원 축소된 509억 원으로 계상했다. 2015년 KDI의 서계동개발 타당성 검토 자료에 의하면, 민간에서 이 가운데 1,235억 원(부가세 포함 1,324억 원)을 부담한다고 적혀 있다. 

 

 

이제 두 가지 사업비의 계산법을 비교해 보자.

 

기무사터 용지보상비용이 2013년 건립계획에서 5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애초에 문체부에서 계획했던 관광진흥개발기금 700억 원에서 200억 원이 남는다. 따라서 국가에서 500억 원만 지원하면, 723억 원이 든다는 2012년 계획대로 서계동 공간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012년 활용방안대로라면, 필요한 비용은 500억 원이다!!! 그런데 왜 용지보상비용을 빼고도 건설 비용이 1,200억 원이나 들어서 국가에서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까? BTL 민자개발방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1,235억원이나 들어서 BTL로 하는 것이 아니라, BTL로 하니까 1,235억원이 드는 것이다.

 

3. 민간업자 시설을 나랏돈으로 지어준다?

 

2013년 건립계획의 총사업비를, 편의상 부가세는 빼고 자세히 들여다 보자. 공연장을 짓는 비용은 공사비 486억원, 설계비 25억원, 감리비 26억원으로, 예비비 10% 포함, 총 591억 원이다. 

 

용지보상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 1,235억 원 가운데 591억 원이 공연시설 건립에 쓰이고 나머지 644억 원은 기타 시설 건립 비용이라는 말이다. 기타 시설은 복합업무시설,  판매 및 근생 시설 등을 말하는데, 이 가운에 공공의 성격을 가진 시설도 약간 있다. 

 

문제는, 그런 시설을 644억 원이나 들여 서계동 부지에 꼭 지어야 하는가이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문체부나 국립극단이 사무를 보는 공간은 2012년 건립계획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복합업무시설은 공공업무시설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시설을 임대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은 민간건설업자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업무시설을 짓기 위하여 644억 원, 부가세 포함 700억 원 이상을 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