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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발주, 숨겨진 결과 - 서계동 의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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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문체부 연구결과 무시한 2013년 연구용역, 누가 주도했을까?
2013년 연구용역은 국립극단 발주? 왜 문체부가 아닌가?
2012년 연구 문서는 1년 5개월 만에 공개, 2013년 연구는 비공개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서계동 국립극단이 부지 개발로 쫒겨나게 생겼다. 이 개발계획은 2012년에 시작되었는데, 그동안 문화체육부에서는 현장 연극인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2022년, 사업자 선정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된 연극인들이 항의하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열었지만, 장르간 갈등만 심화되면서 연극계는 이에 대한 항의로 거리로 나서기도 하였다. (기사 하단 관련기사들 참고)

 

이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뉴스아트에서 살펴본 결과 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다음과 같이 총 4회에 걸쳐 서계동 개발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의문을 제시해 볼 것이다.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1) - 수상한 발주, 숨겨진 결과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2) - 1200억 들여 짓는 이유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3) - 예비타당성 조사는 타당한가

국립극장 문제의 발단, 의혹 (끝) - 8가지 질문

 

서계동 부지 개발과 관련한 연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2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작성한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활용방안(이하 활용방안)>이다. 이 문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성된 지 1년 5개월 만인 2013년 9월 24일에서야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인 2013년 12월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 기본계획 연구(문화관광연구원 김효정 연구책임자 외. 이하 건립계획)가 발표되었고, 이것을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개발 계획이 진행되었다. 

 

두 연구 모두 독자적으로 예산으로 확보하기보다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이용하고자 했다. 문제는 2012년 활용방안과 2013년 건립계획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서계동 공간에 대한 인식이다.

 

1. 연구 목적에서 차이가 난다.

 

2012년 활용방안의 연구 목적은 활성화, 방향성, 적정규모, 연계 등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2013년 건립계획의 연구 목적은 시설 건립 계획 마련, 건립 타당성 및 적격성 조사, 건립 및 운영방안 도출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다. 

 

 

키워드만으로 보면 2012년 연구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연구를 하는 것같다. 문제는, 두 연구의 결론 및 방향성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2. 결론에서 차이가 난다.

 

2012년 활용방안은 국립극단 관계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인근 시설 관계자, 문화예술 전문가, 공연관광 관계자 모두 기초예술 중심의 공연장 특성에 맞게 공간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통일되었다.

 

신생작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하고 실험적 공연부터 완성도 높은 공연까지 경험하게 운영한다는 기초예술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반면에 2013년 건립계획에서는 기초예술 중심이라는 말이 빠져있다. 그 대신, 복합공연시설, 일상문화예술의 전진기지화, 아트플랫폼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3. 공간 구성에서도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한다.

 

2012년 활용방안에서는 광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연습실과 리허설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부터 소극장, 중극장, 그리고 객석 700~8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국립극단의 구조와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하고있다. 기존 시설을 최대한 유지해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방안도 덧붙이고 있다. 
 

 

2013년 건립계획에서는 광장의 기능은 없어지고, 그 대신 서울역과의 연결을 위한 고가 건설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연습실이나 리허설 장소로 제안되었던 다목적 공간은 없어지고, 100~300석의 중소공연장, 중공연장, 그리고 1200석 규모의 초대형 공연장을 제안하고 있다.

 

 

2013년 건립계획에는 또한, 극장을 줄이고 근린생활시설을 더 지을 것인지 여부를 "대안"별 공간구성이라고 제안해놓았다. 

 

▲ 2013년 12월 건립계획 연구. 1200석 규모 극장과 500석 300석 극장은 그대로 둔 채, 300석 미만의 소규모 극장을 줄여 근린생활시설을 확장할 것인지 여부를 대안에 포함하고 있다. 

 

*** 2013년 12월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복합문화관광시설 건립 기본계획 연구>는 국립극단에서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국립극단에서는 문화체육부에서 발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해당 문서는 검색도 안되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뉴스아트는 발주처인 국립극단에 정보공개를 문의한 상태이다. 연구 결과 사본이 없으므로 이 기사에 쓰인 자료는 연극인대토론회에서 김옥란 연극평론가가 발제문에서 사용한 것을 캡처했다. 해당 연구의 사본이 있으신 독자는 뉴스아트에 제보해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