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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高聲)으로 끝난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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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조율 없이 장르 통합으로 진행된 서계동 복합문화공간 공청회,
본질 접근 없이 갈등 부추기고 끝나

뉴스아트 이명신 기자 |

 

지난 24일 연극계의 참석거부 속에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서계동 북합문화공간 공청회는 당초의 목적과 달리 장르간 갈등만 부추기고 고성 속에 끝났다. 이는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연극계와의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장르를 통합하여 해명성 공청회를 개최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공청회는 공연계 요청에 의해 열린 1, 2차 공청회에서 나온 질문을 정리하여 답변하고 추가 질문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우선, 문체부가 추진하는 민자사업방식은 기존 민자개발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BTO(수익형 민자사업)방식은 "민간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금을 가져가지만, 이번 서계동 개발의 BTL 방식은 "민간이 공공에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공연 관련 공간의 운영권이 정부에게 있으니 수익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연활동을 하도록 국가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에서는 이런 이유로 국립극단의 이후 공연 활동에 전혀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BTL 방식은 예산이 부족할 때 사회기반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해, 공공시설을 정부가 할부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BTO 방식보다 민간의 수익률은 낮지만 정부와 민간 사이 분쟁의 소지가 적어 최근 선호되는 민자개발방식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백성희장민호 극장>이 갖는 상징성과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극장의 명칭 등을 정할 때 최대한 의견을 반영하되 2013년 용역에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을 원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므로 이와 관련하여 공연예술계의 의견이 모아졌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달했다.

 

극장의 쓰임새가 결정되면 거기에 걸맞는 극장이 되도록 전문가 중심 기술자문위원회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이후 진행상황도 현장 공연예술계와 공유하며 계속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짧은 발표는 예술인들을 이해시키기에 부족했다. 

 

 

 

 

피상적으로는, 공청회에 참석한 각 장르에서 모두 전용극장과 시설을 달라는 모양새였다. 특히 무용계는 전용 극장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문체부 발표 자료에조차 무용은 따로 언급되지 않고 '연극 등'에 '등'으로 취급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장르끼리 타협하라면서 문체부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같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한 연극비평가는 "국립극단은 이 자리에서 제작과 극장을 연결하는 개념으로 10년 운영해왔다. 발표 자료에서는 극장의 갯수와 객석 숫자만 적혀 있는데, 국립극단 운영정책이 바뀌는 것인가?"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하여 문체부는 "전용공간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더욱 경색되었다. 국립극단의 운영정책 등 장기 계획에 대하여 입장을 듣지 못한 연극계는, 연극계가 왜 반대하는지부터 파악하라고 했다. 이에 윤성천 예술정책관은 "모두가 번듯한 극장을 원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는 요지의 답변을 함으로써 이번 문제의 본질에 대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1,2차 공청회에서 장르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는데도 장르별로 따로 공청회를 하기보다는 모아놓고 진행함으로써 갈등을 키웠고, 장르의 장기적 발전계획에 대한 관심을 각 장르별 전용극장에 대한 욕구로 단순화하여 답변함으로써 소통 과정에서 답답함이 더욱 커졌다. 

 

이 자리에서는 또한, '극장이 부족해서 짓는 거냐', '전용 공간 필요성에 대한 (장르별) 의견을 수렴했냐', '그런 조사를 했다면 왜 자료에는 없는가' 등, 기획 단계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서도 윤정책관은 "정책수립이 어렵다.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니 연극계가 배려하라"는 요지의 발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윤정책관은 "지난 6년간 절차를 다 밟았다."면서, 사업자선정은 협상과정이라 무대의 용도와 설계를 위해 수요파악 공청회를 상반기에 하려고 시기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지화를 주장하기보다는 발전적 안을 만들어가자고 거듭 촉구했지만, 그러기에는 공청회 시기도 늦었고 장르별 사전 조율도 부족했다. 

 

기존 민자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나, 극장의 상징성을 유지하고 앞으로도 계속 의견을 듣겠다는 문체부 발표는 분명히 1,2차 공청회에 나온 질문을 수렴하여 성실하게 준비한 답변이다. 하지만 전체 계획에 장기적인 정책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당사자들 의견을 들으면서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지 않았으며 개발 계획은 이미 확정되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변경 가능한 '극장'만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공연예술계 갈등이 고조되면서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연극계가 매도될 수밖에 없다. 

 

공청회에 참석한 심재민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는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짓는 극장에서 (공공 운영을 통한) 최소 수익성을 강조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면서 이번 공청회는 "(문체부의) 강행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정리했다. 결국 한 연극인이 "이거 (일단 지으면) 100년 가는 거야!"라고 부르짖고 다른 장르 참석자들이 맞대응하는 등 고성이 오가면서 공청회가 끝났다.  
 

공식적으로 이날 공청회 참석을 거부한 연극계는 6월 27일(월) 오후 2~4시에 한국연극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연극인 토론회를 가진 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문체부에 전달하고 대화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