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아트 편집부 | 2025년 여름, 한국 만화계에는 두 개의 상징적인 사건이 교차했다. 하나는 법정에서 들려온 뒤늦은 정의의 선언이었다. 법원은 故 이우영 작가의 유족이 만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되찾고, 오히려 출판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른 하나는 거대 플랫폼의 차가운 회신이었다. 웹툰작가노동조합(이하 웹툰노조)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보낸 단체교섭 요구서에 대해, 회사는 "당신들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교섭 테이블 자체를 부정했다. 이 두 사건은 K-콘텐츠의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비정한 민낯과 구조적 모순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되풀이되는 비극: 계약서라는 이름의 '종신형' 故 이우영 작가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종이 몇 장으로 이루어진 계약서였다. 그 안에는 '원저작물 및 파생된 모든 2차 사업권'을 포괄적으로 양도하고, 기한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창작자의 미래를 속박하는 조항들이 담겨 있었다. 이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었다.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했던 시절부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업계의 약탈적 계약 문화가 낳은 필연적인 비극이었다. 출판사는 계약을 무기로 창작자를 배제했고, 신의를 저버렸다. 이
뉴스아트 편집부 | 내란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던 2024년 12월 18일, 문체부가 국회에 '지역문화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06637호)를 조용히 제출했다. 문체부는 '행정기관에 두는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제안 이유로 내세웠지만, 법안의 실체는 지역문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던 '심의' 절차를 폐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민간의 의견을 수렴·반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 편의를 위해 문화 자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법안이 겨누는 세 가지 핵심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위원회의 명칭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정책 결정 구조의 근간을 바꾸는 세 가지 핵심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첫째, 기능의 격하: 구속력 있는 '심의(審議)'가 사라진다. 현행법은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등 핵심 정책을 수립할 때 "지역문화협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정책의 타당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의무 절
뉴스아트 편집부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매년 시행하는 저소득 예술인 전세자금대출 사업이 연 1.95%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올해도 예술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출 승인 전 임대차 계약을 강요하는 '고위험 구조'와 서울 방문 접수만 고수하는 시대착오적 행정 절차 탓에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재단 측은 '찾아가는 지역 설명회'를 개최하며 소통에 나섰지만, 정작 현장의 예술가들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 빛 좋은 개살구? 1.95%의 유혹과 현실의 괴리 재단의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사업의 일환인 이 대출은 시중 은행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금리와 최대 1억 원이라는 한도로, 소득이 불안정한 예술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제도다.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보장한다는 정책적 취지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이 빛나는 혜택 뒤에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이 숨어있다. 대출을 신청하기 위한 필수 서류에 '주택임대차계약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가 스스로 대출 심사 통과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 넘는 계약금을 먼저 지불하
뉴스아트 편집부 |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2025년 지역 예술인 창작환경 지원사업'으로 명명된 이번 사업은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반경 5km 이내 거주하는 예술가 10명을 선발해 최대 2년간 프리미엄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원 대상은 영등포구, 양천구, 마포구, 동작구에 주민등록을 둔 예술가로, 웹툰, 일러스트, 디자인, 번역, 문학 등 장르 제한 없이 현재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대학생도 지원 가능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개인 창작자에 한해 접수를 받는다. 이번 사업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파격적인 지원 조건이다. 선정된 예술가들은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96에 위치한 프리미엄 공유오피스 '오피스아트'에서 개인 지정 좌석과 각종 공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80만원 상당의 인체공학 의자와 160cm L자형 책상이 제공되는 개인 좌석은 물론, 회의실, 라운지, 커피바 등의 공용공간과 24시간 냉난방, 초고속 인터넷, A3 컬러 복합기 등의 사무기기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특히 참가자 부담금 환급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뉴스아트 편집부 | 문화예술계가 이재명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섰다.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민예총, 한국작가회의 등 주요 문화예술단체들이 오는 8월 20일 서울 종로구 두잉굿센터에서 '이재명 정부 문화정책을 묻는다'를 주제로 집중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불법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거쳐 급작스럽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문화정책 분야에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기간과 정부 구성 과정에서 충분한 정책 검토 시간을 갖지 못했던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새 정부의 문화정책 과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이재명 정부 문화강국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문화예술행정의 관료주의 극복과 민주화를 위한 개혁 방향'이라는 두 가지 핵심 주제를 다룬다.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염신규 소장과 블랙리스트 이후 정윤희 총괄디렉터가 각각 발제를 맡으며, 성공회대 백원담 석좌교수, K-콘텐츠산업협의회 최승훈 간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이승원 선임연구원, 경기민예총 구자호 정책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2
2022년, 원주는 민선 8기 시장 교체와 함께 전례 없는 문화적 파괴를 맞이했다. 새로 취임한 시장은 전임 시정의 흔적 지우기에 집착하며 문화예술정책을 싸그리 뒤엎었다. 사업은 멈췄고, 공간은 폐쇄됐으며, 운영 주체는 바뀌었고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원주의 문화예술계는 쑥대밭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정점에는 ‘아카데미극장’이 있었다. 1963년에 개관한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60년을 버텨온,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단관극장이다. 그 시절 원주의 C도로는 '시네마 로드'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 거리에 4개의 극장이 줄지어 있었고, 저마다 특색 있는 상영으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선사했다. 시간이 흘러 원주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그 거리의 마지막 상징이자 시민들에게 남은 유일한 문화유산이었다.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무렵, 극장은 시민들의 손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2022년 1월, 원주시에서 극장을 매입했고 문체부 공모에 선정돼 리모델링과 문화 커뮤니티 공간 활용 비용으로 3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였다.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2023년 4월, 원강수 시장은 극
뉴스아트 편집부 | 50여 년 전 롤링 스톤스가 도난당했던 전설적인 기타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에 기증된 대규모 컬렉션에서 발견돼 록 음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은 도난 문화재의 소유권과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문제의 악기는 1959년산 깁슨 레스폴 스탠다드 모델로, 롤링 스톤스의 전 기타리스트 믹 테일러가 소유했던 것이다. 이 기타는 1972년 롤링 스톤스가 프랑스에서 명반 'Exile on Main St.'를 녹음하던 중 빌라 넬코트에서 도난당한 여러 악기 중 하나로, 당시 키스 리처즈에게 빚이 있던 현지 마약상들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이 기타는 단순한 악기 이상의 역사를 품고 있다. 원래 키스 리처즈가 소유했던 이 기타는 1964년 롤링 스톤스의 역사적인 미국 '에드 설리번 쇼' 첫 출연 당시 연주되었던 바로 그 악기다. 이후 1967년 리처즈는 이 기타를 믹 테일러에게 팔았고, 테일러는 롤링 스톤스 활동 기간 내내 이 기타를 자신의 주력 악기로 사용했다. 지미 페이지와 에릭 클랩튼 같은 거장들 또한 이 악기를 빌려 연주한 것으로 전해져 그 가치를 더한다. 최근 금융가이자 수집가인 더크 지프가 메트에
뉴스아트 편집부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와 함께 올해 19세가 되는 2006년생 청년들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5만 원의 공연·전시 관람비를 지원하는 '청년 문화예술패스'의 추가 발급을 7월 7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청소년기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보내며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할 기회가 적었던 청년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미래의 문화 관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사업이다. 이번 추가 발급은 지난 상반기(3월 6일~5월 31일)에 패스를 발급받고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청년들의 지원금을 환수해, 신청 시기를 놓쳤거나 망설였던 청년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누가, 어떻게, 어디서 사용하나? 신청 대상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200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출생한 청년이다. 단, 상반기에 이미 패스를 발급받은 이력(사용 여부 무관)이 있는 청년은 다시 신청할 수 없다. 신청은 '청년 문화예술패스' 공식 누리집(youthculturepass.or.kr)을 통해 가능하며, 기간은 11월 30일까지다. 다만 전국 17개 시도별로 정
뉴스아트 편집부 | 20대 대선을 거치며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문화예술 공약은 그 규모와 지향점에서 예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문화예산 2.5% 시대', '예술인 기본소득', 'K-콘텐츠 초격차 성장' 등 파격적인 키워드로 요약되는 그의 청사진은 'K-컬처'라는 이름 아래 양적, 질적으로 만개한 한국 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하는 듯했다. 이는 예술을 '노동'으로, 문화를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한 비전 이면에 숨은 재원 마련의 현실성,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균형감, 그리고 국가 주도 성장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본지는 그의 공약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에 던져진 기대와 과제를 함께 조명해본다. 기대(期待): '예술하기 좋은 나라'를 향한 구체적 로드맵 이재명 후보 공약의 가장 큰 미덕은 문화예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재원'과 '복지'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다는 점이다. 1. '문화예산 2.5%'가 열어젖힐 가능성 역대 정권에서 공약으로 등장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던 '문화예산 2%대'의 벽을 넘어 '2.5%'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
뉴스아트 편집부 |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 앞에서 보내는 창작자에게 작업 공간은 단순한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과물의 품질, 아이디어의 발현, 그리고 무엇보다 창작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카페의 소음과 불안정한 와이파이, 집의 방해 요소와 싸우거나,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를 내며 비효율적인 환경을 전전하는 것이 수많은 창작자의 현실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에 예술인들이 직접 답을 내놓았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창작자 특화 공유 오피스 ‘오피스아트’가 그 주인공이다. ‘창작자가 창작자를 위해 만든 공간’이라는 명확한 철학 아래, 이곳은 왜 창작자들 사이에서 ‘성공 작업실’이라 불리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지 집중 취재했다. 1. “의자에 180만원을 왜?”… 당신의 ‘몸’을 위한 파격적인 투자 오피스아트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의자’다. 이곳은 180만 원 상당의 ‘스틸케이스 씽크체어’ 또는 ‘휴먼스케일 프리덤체어’를 전 좌석에 기본으로 제공한다. 장시간 작업으로 인한 허리와 목의 통증은 모든 창작자의 숙명과도 같았다. 오피스아트는 이 ‘통증’을 가장 먼저 해결해